(un)fortunately, (un)body (2023)
<(불)응하는 몸> (2023)
May 18 - June 1, 2023
Space Mirage (401-ho, 130-1 Eulji-ro, Jung-gu, Seoul, South Korea)
Artists/ Co-curators: Azin Lim, Usol Kang
Text: Amo(Munhee Han)
Poster: @gea_bakha
Scent: contí
Sponsor: jac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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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8 - 06.01
스페이스 미라주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30-1 401호)
아티스트/ 공동 기획: 강우솔, 임아진
글: 아모(한문희)
포스터: 신희용
공간 조향: 콘티
후원: 잭디
Photo credit: 이행진 @2haengjin
(불)응하는 몸
숙명은 없다, 오로지 우연과 아집만이 존재한다.
생은 그저 부여되고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복수(multi)의 결과를 만들어 내며 굴러간다. 삶은 발생하는 우연에 몸을 맡길지 혹은 저항할지 선택 하게 만들어 우리는 순간의 선택이 순응인지 저항인지도 모르는 채 다 만 치열할 뿐이다. 우연히 타고난 신체는 부피를 감각할 수 있는 실체 로 존재하지만 우리는 끊임없는 의심과 고민에 휩싸여 몸부림친다. 타고났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모든 것은 어쩌면 아집이 아닌가. 몸은 다른 존재-다른 정체성이 통과하는 문이 되어 나는 존재 이외에는 나를 증명할 수도, 정의할 수 없다. 이 불화하는 몸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나, 혹은 귀신처럼 부유하기만 하나. 모든 우연과 아집이 뒤섞인 이 몸은 종국에 행운이 될까 불운이 될까.
인과율-원인과 결과가 이어져 있다는-의 환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모든 사건은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으로써 나를 이루고, 우리는 사건 사이의 이음새만을 더듬을 뿐이다. 그러니 결과를 알 수 없 는 미상의 연으로 성기게 짜여진 그물망에 의탁할지 상치할지는 그대 의 몫, 혹은 잠시 보류하고 가만히 있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느 끄트머리에 가만히 숨을 돌릴 찰나의 순간에도 우연은 작동하고 휘몰 아치는 생의 한가운데로 존재를 옮겨온다. 고정되지 않는 모든 순간을 뒤에 두고 다시 우연에 기댈 것인가, 혹은 무용하더라도 아집을 부려볼 것인가. 답답함이 목구멍으로 차올라 숨 막히는 기로에 내몰린 상태로 운을 가늠해 보자. 생을 부여받았던 그날의 순간처럼-
숨을 내뱉을 것인가,1)
참고 숨어버릴 것인가.2)
1) 내뱉는 숨과 터지는 눈물이 증명하는 신체의 감각. 기억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저 너머의 안온함으로부터 끊어지는 서러운 외침은 존재 를 버겁게 지탱한다. 작은 몸은 홀로 분리되는 순간부터 세상과 불화한 다. 우연히 부과된 이질적이고 버거운 몸, 운인지 불운인지 모를 우연 이 만들어 낸 실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기에 몸을 받아들 이는 감각에는 괴리와 모순이 생겨난다. 저주스러우며 자랑스럽고 또 지긋지긋하지만 무궁무진한 몸은 사랑과 증오를 수고롭게, 또 치열하 게 오간다. 몸 위에 얹어지는 말은 자기 고백이자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2) 타고난 몸을 관통하는 존재를 의심하는 감각. 의심은 자의가 아니며 타의도 아니다, 그러나 증명을 원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어떤 식으로든 지 정의(定義)는 외부로부터 지정되기에 만족할 만한 언어를 찾기란 불 가능하며 차라리 침묵을 택하고자 한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시야는 가려져 이것을 감히 신체라 불러도 될지 혹은 밤길을 떠도는 귀신에 가 깝지는 않은지. 나이트 카메라에 찍힌 갈급하는 생명체는 어디에 다시 숨어들어 갔을까. 당신은 아직 그것(ze)1을 발견하지 못했다. 누구의 눈 에도 보이지 않는 비재현적인 존재와 숨바꼭질을 해보자.
어떤 선택을 내리던 생은 다시 그대를 몰아칠 것이다.
글| 아모(한문희)
1 ze는 성중립적(gender-neutral) 인칭대명사로, ‘그(he)’나 그녀(she)’가 특정 젠더를 드러내기 때문에 이를 대체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캠브리지 사전: https://dictionary. cambridge.org/dictionary/english/ze
(un)fortunately, (un)body
There is no fate, only chance and defiance.
Life is simply given and it goes on, producing multiple results that can never be predicted. Life forces us to choose whether to go along or resist coincidences, and we struggle fiercely without knowing if the choice we make at each given moment is a submission or a resistance. Although our bodies exist as tangible entities, we constantly doubt and struggle with our identity. Perhaps all that cannot be explained by fate is, rather, defiance. The body becomes a liminal space for other beings or identities to pass through, existing as a body but unable to prove or define itself. Does this body in discord actually exist, or does it float about like a ghost? Will this body muddled with every coincidence and defiance eventually result in fortune or misfortune?
The illusion of cause and effect is no longer valid. All events are interconnected and form a net that can only be judged empirically. It is up to you whether to rely on or resist this tightly woven network of unknown connections, or perhaps put it on hold altogether. However, even in the briefest moments of stillness, chance operates and moves existence into the midst of the tumultuous waves of life. Will you once again rely on chance, leaving all variables behind, or will you choose to be defiant, even if it's futile?
Will you exhale like the moment of your birth, 1)
or will you hold your breath and hide? 2)
1) Bodily sensation is confirmed by exhaling breath and bursting tears. Existence is barely maintained by a painful cry that breaks away from the unknown warmth from beyond. The little body is at odds with the world from the moment it is separated alone. How can one accept a body that is so foreign and burdensome, one that was coincidentally imposed upon oneself, a body created by chance that may or may not be fortunate? Accepting the body results in discrepancy and contradiction. Cursed yet proud, and tedious but limitless, the body tirelessly and fiercely crosses over love and hatred. The words that are imposed upon the body are a confession and a process of accepting oneself.
2) A sense of doubt pierces through the assigned body. Doubt is not a choice made by oneself nor by others, and it is uncertain whether proof is even desired. Definition is assigned from the outside, making it impossible to find the right words, so silence is chosen instead. Voice unheard and sight covered, can one even dare to call this a body, or is it closer to a ghost wandering in the night? Where did the hungry creature captured by the night camera disappear to? Ze2 has yet to be discovered. Let us play hide-and-seek with this elusive existence, unseen by anyone’s eyes.
Whichever choice you make, life will once again come crashing down.
Written by AMO(Munhee Han)
Translated by Azin Lim
2 a personal pronoun sometimes used instead of "he" or "she" because it does not show a particular gender. https://dictionary.cambridge.org/dictionary/english/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