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타임트래시임시》 KILL TIME TRASH_TEMP
KillTIMETRASH SCREENING
Jan 23, 2023, 13:00 PM - 24:00 AM
WESS (2F, 320 Changgyeonggung-ro, seongbuk-gu, seoul, republic of korea)
킬타임트래시의 공모작&추천작 상영회
2023.01.23 13:00 - 24:00
웨스 WESS (서울시 성북구 창경궁로 320, 2층)
시간 낭비라 생각하면서도 엄청난 기세로 하게 되는 일이 있다. 예를 들면 누워 있기. 누워서 해야 할 일을 미루기. SNS 순회 하기. 게임 하기, 만화 보기, 별 다른 목적 없이 클럽들을 옮겨 다니며 실망하기, 기타 등등. 이도 저도 아닌 쓰레기처럼 보낸 하루. 당신은 후회 중인가? ‘나 빼고 누군가는 다 열심히 하고 있을텐데.’ 아니면 오늘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된다는 생각에 당당한가? ‘나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 없지.’ 어느 쪽이든 당신의 그 ‘쓰레기’ 같은 시간들은 생산적인 시간들의 틈새에 끼어 있을 때나 최소한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상상해보자. 만약 계속해서 한심하고, 쓸모없고, ‘시간을 죽이는’ 일들만 해도 된다면? 물론 이런 상상은 성취 중독자인 우리 대부분에게 공포스럽다. 그러나 모든 방면에서 우리를 질식시키는 이런 시대에 해볼만한, 해야하는 상상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킬타임트래시_임시>는 전시장이라는 공적 공간에서 ‘시간 죽이기’를 시도하려 한다. 함께 ‘시간을 죽이며’ 우리는 세상에서 치워진 ‘죽은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죄책감, 수치심, 자기 혐오로 뒤범벅된 ‘죽은 시간’들은 어쩌면, 우리 앞에 놓인 무한대의 미래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소개
킬타임트래시는 시각 예술가인 문상훈, 시각 문화 비평가인 이연숙(리타)로 이루어진 퀴어 파티 콜렉티브다. 우리는 Kill->Time=Trash, 즉 시간을 죽이면 쓰레기가 되지만 재미가 발생한다는 공식을 공언하며, ‘시간 죽이기’의 무쓸모하고 무의미한 시간 낭비와 ‘죽치기’의 공간 점유를 긍정한다. 퀴어 예술가들과 연구자들이 난잡하게 교류할 수 있는 소란스러운 이벤트들을 만들기 위해 모인 우리는, 앞으로도 매년 1회의 이벤트를 꾸준히 열고자 한다. 킬타임트래시의 첫번째 프로젝트인 <킬타임트래시_임시>는 총 4회의 각기 다른 내용의 행사를 포함한다. 행사 기간 중에는 퀴어 예술가/연구자/활동가로부터 취합한 특별한 대답들이 전시장 공간 내에 전시될 예정이다.
기획의 변
《킬타임트래시_임시》의 두 번째 행사인 “킬타임트래시의 공모작&추천작 상영회”는 다소 소박한 이유로 기획되었다. 1)행사가 열리는 시점인 2023년 1월 23일 월요일은 설날 연휴에 해당하는 날로, 우리는 이날 딱히 가야 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는 유사(pseudo) 퀴어들을 전시장에 불러들이고 싶었다. 처음 기획에서는 상영회와 더불어 떡국이라도 같이 끓여 먹고자 하였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되었다. 2)유사 퀴어들의 존재론적 연장 또는 실험의 한 형식인 그들의 작업을 임시적이나마 전시장 내에 물리적으로 배치해 두고 싶었다. 단순히 모여 있는 게 보고 싶기도 했고, ‘WESS’라는 좋은 공간이 이왕 생긴 김에 작업을 투고한 작가들에게 작은 크레딧이라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1)과 마찬가지의 여러 이유로 전시 가능한 매체는 영상으로 한정되었다.
상기의 내용에 킬타임트래시의 문상훈과 이연숙은 수월하게 합의를 봤다. 특히 이제 막 작업을 시작한 작가들을 위해, 두 사람은 ‘공모전’의 형태로 작업을 투고 받기로 했다. 한두 편이라도 작업이 투고된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어쩔 수 없었다. 작업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두 사람은 그날 재생할 각자가 좋아하는 영상을 리서치해놓기도 했다. 이게 ‘추천작’이라는 단어가 행사의 제목에 포함된 이유다. 더불어, ‘공모작’이라는 단어를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행사가 투고 받은 공모작을 전시할 체계적인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킬타임트래시의 공모작&추천작 상영회”는 다음의 성향을 가진 작업들을 투고 받기를 기대했다. “사소하고 이상하고 아마추어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던 영상 (...) 다양한 정체성, 섹슈얼리티를 소재로 한 작업 / 변두리적 삶과 경험, 관계를 말하는 작업 / 미완성이라 생각해 미공개 한 작업 / 아무튼 정의하기 힘든 소품, 실험, 장난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진 작업 / '기타 등등'”. 공모는 구글 폼으로 받았으며, 여타의 제한 사항 없이 받은 작업들을 모두 상영하기로 했다.
공모가 종료되는 시점인 1월 21일까지, 해외 10명(팀), 국내 60명(팀)이 투고해주어 총 70명(팀)의 작업이 모이게 되었다. 오늘 상영회에서는 70명(팀)이 투고해 준 78편의 작업을 총 656분, 약 10시간 56분간 나름의 흐름을 고려해 배치한 순서대로 상영하게 될 예정이다. 우리 두 사람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응이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가들이 선뜻 나누어준 그들의 조각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이런 책임에 응답하기 위해 각각의 작가들에 대한 한 줄의 평이라도 작성하려 했으나 (반복하지만) 여러 이유로 여의치 않아 짧게나마 작업들의 경향성을 스케치해 놓으려 한다.
먼저 ‘트리거 워닝’, ‘불편하면 상영하지 않아도 됨’ 등의 설명이 달려 있는 작업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는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과 자기 표현에의 욕구 사이에서 타협한 흔적일 것이다. 동시에 반복적으로 ‘트리거 워닝’과 유사한 존재로 분류되어 왔을 ‘우리’, 퀴어 예술가들에게 체화된 태도를 상기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휴대폰에 부착된 기본 카메라로 찍은 듯한 일견 ‘낮은’ 퀄리티의 작업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형식과 태도를 취하며 일종의 군집 또는 장르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1인칭의 일기 또는 셀프 포트레이트, ‘비디오 에세이’라 분류될만한 이러한 작업들은 자막을 활용한 나레이션, 도시의 주변부를 찍은 풍경, 일상적인 장면들을 별다른 기술 없이 병치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동시대 소수자의 자기-말하기의 형식, 계급과 젠더 정체성이 교차하는 퀴어한 (미적) 형식의 거친 윤곽을 더듬어 볼 수 있게 만든다.
장난스럽고 실험적인 짧은 ‘클립’에서부터 비교적 진지하고 긴 작업을 아우르는 78편의 영상들을 몇 가지 경향성으로 일축하기란 물론 불가능하다. 우리는 상영회 속에서 넘쳐흐르는 다양성을 축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착되는 ‘분위기’, ‘인상’의 일관성을 뗏목 삼아 작업들 사이를 유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충분히 즐기고 돌아가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작업을 투고해 준 작가들에게 애정과 감사를 보낸다.
참여 작가(가나다 순)
강예원, 강우솔, 강형석, 고지성, 기조혜, 김망고, 김소희, 김수이, 김아침(이정윤), 김예은, 김주희, 이보영, 김채은, 데이 도민주(창작그룹 MOIZ), 루킴(Ru Kim), 매연의 정령, 문서현, 박이크, 배채연(Cyan Bae), 보라키미(Borakimi), 사랑해, 살친구(양승욱+허호), 선아, 성재윤, 손경은, 신제현(Shinjehyun), 신희정, 심재인, 오진우, 원정백화점, 유진, 윤재민, 이것은 책모임이 아니다, 이마주, 이민주, 이비주, 이산마, 이승희, 이시마, 이십칠(27 isibchil), 이정식, 임세영(Se Young Yim), 임아진, 재훈, 전수현, 정다혜, 정윤영, 정진성, 차형서, 최영인, 최장원, 추연신, 콜렉티브 야광(Collective Yagwang), 하지민, 한초원, 황혜주, Anna, Boram Momo Lee, Camille Simon Baudry, Chonad Yipeung, Cody Lee, coknow, hanbikwak, Joseph Obel, Kinkybanana, Lo Selina, Mingrui Jiang, mirrored fatality, Syden, Tiffany, zozo